호감형 스타벅스
호감형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자체가 대중들에게 된장녀와 연관이 되다보니 사치와 과소비의 한 축으로 생각되어 질지도 모른다.(적어도 내 주변의 남자들에겐)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는 오늘도
붐빈다. 남자가 무슨 스타벅스냐고, 여자 만날때나 가는곳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원래 까페를 좋아한다. 나는 그 흔한
담배도 피지 않고, 술도 자주 마시지 않는다. 담배피고 술에
쩔어사는 남자들보단 낫지 않은가. 어차피 기호식품을 향한 비용은 커피가 더 저렴하다.
스타벅스의 인테리어는 어딜 가나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청동, 혜화동, 성북동의
어느 까페보다도 좋은 호감형 스타벅스가 있어서 소개하려 한다.
양재동 삼호물산 점 스타벅스. 내가 소개하려는 호감형 스타벅스다. 이곳은 다른 스타벅스와는 다르게 일요일에는 열지 않는다. 삼호물산
근처에서 일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역삼동 만큼이나 작고 큰 회사가 많은 곳이라서 사실상 일요일에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일요일에 열지 않는다.
회사가 많다는 이야기는 그 만큼 매일 같은 사람들만 온다는 이야기다. 강남역, 삼성역의 스타벅스를 가봤지만, 사실 우리가 스타벅스 직원과 하는
대화란 어떤 커피를 어떤 사이즈로 주문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인지에 대한 것 뿐. 그렇게 이야기 하고 우린 커피 나오는 곳으로 가서 커피를 받는다.
삼호물산 스타벅스점의 가장 큰 장점은 스타벅스 직원과 고객과의 유대감이다. 나는
평일 8시 반에서 9시 반사이에 주로 스타벅스를 이용한다. 한 2주일 정도 다니다 보면 거의 매일 똑 같은 사람들이 커피를
사러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침을 스타벅스에 와서 해결하는 가족에서부터, 출근하기 전에 잠깐 들려서 테이크 아웃해 가는 사람, 직원들끼리
와서 스타벅스에서 회의를 하기도하고, 근처에 사는 사람이 모닝커피를 즐기기 위해서 오기도 한다. 삼호물산점의 직원들은 단순히 커피를 주문받고 커피를 주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기억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주문을 하면서도 개개인의 안부를 묻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삼호물산 점에서 본 직원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직원중 한 명은, 호주에서
살다온 클리프(Cliff) 라는 직원이다. 남자 직원들은 보통 무뚝뚝하거나, 상냥하다고
해도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기 힘든데, 클리프라는 직원은 뭔가 달랐던 것 같다. 친절하면서도 내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니까 친절해야 한다는 인상 보다는 사람에게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함이
묻어나왔다. 단순히 시식용 빵을, 음료를 주는것에서 그런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아쉽게도 클리프는 호주로 돌아가서 이제는 볼 수가 없다.
또 한명 직원은 LENA 인데 현재 근무하고 있다. 늘 가면 친절하게 어머니와 나를 맞이해 준다.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사실 놀라웠던 것은 아침마다 혹은 저녁마다 오는 사람들의 일상 혹은 그 사람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런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곧 이사를 가는 고객한테는
이사준비는 잘 되가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내가 혼자 갈때면 어머니는 어디 가셨는지 늘 물어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한테는 이런 이야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커피만 사갈껀데 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예상치 못했던 누군가가 내게 관심을 보이고 안부를 묻는다면 여간 기분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마치 좋은 하루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전국에 있는 스타벅스는 다 비슷비슷하다. 같은 메뉴, 같은 프로모션, 같은 가격으로 우리에게 커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스타벅스가 같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어떤 스타벅스는
너무 바뻐서, 쓰레기도 치우지 않고 너저분한곳이 있는 반면 내가 갔던 곳은 늘 깨끗할 뿐만 아니라, 자주오는 고객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소통하려고 애쓴다.
삼호물산 점은 특이하게 게시판에 스타벅스에 대한 홍보도 있지만, 개개인
직원에 대한 소개, 그리고 고객에 대한 소개를 폴라로이드 사진과 함께 게시하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고객들이 직원들에 대해서 쓰고 싶은 말을 쓰기도 하고 트위터로 직원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정말 작은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나는 요즘에 다른
스타벅스는 별로 가고 싶지 않다. 먼것만 빼면, 양재동 삼호물산점
스타벅스는 다른 어떤 스타벅스 보다도 호감형 스타벅스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