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나는 학교를 떠났는가?
곧 있으면 사회에 나온지 2년이 되간다. 즉, 3년차에 돌입한다는 애기다. 처음 회사에 왔던 마음은 3개월 후에는 다 사라지고, 6개월이 되면 흔적조차 없다는 말은 정확히 맞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김여사님께서 맨날 나에게 “넌 좀더 학교에 다녔어야 했다.” 라는 말을 할때 마다 솔직히 아주 가끔은 그러고 싶었다.
내가 학교를 떠나온 이유.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가야할까 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더 솔직한 생각은 이게 최선인가? 아니 이게 실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과감히 학교에서 사회로 나왔다.
대학원에서 배운것들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대학원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진짜 소비자, 그리고 사용자를 만나기엔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차라리 앱을 만드는게 더 낫다. 나는 소프트웨어는 잘 하는 사람이 뚝딱뚝딱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에 있을때만 해도. 근데 실제 회사에서 프로그래머의 역할을 하면서는 훨씬 중요한게 많았고,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불과 한달만에 깨달았다.
문서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의 관리, 의사소통의 문제 해결 이런것 들은 사실 대학원에서 만드는 소프트웨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막무가네였던것 같다. 세부과제라는 이름하에 개발이 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개발 체크 보다는 과제 제출 및 실적 쓰기 바쁘고. 누구하나 개발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문서를 보여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누구하나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중요하지 그 안에서의 UI나 혹은 코드리뷰따윈 하지 않았다. 굉장히 큰 소프트웨어 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졸업한 선배에게 이메일로 물어봐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컴퓨터 공학과는 그나마 나은것 같은데, 특정 영역에서 쓰는 프로그램을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경우에는 더 심한것 같다. 소프트웨어 공학은 모든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들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이다. 즉, 컴퓨터 공학과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지 의료정보학과에서 의사들 혹은 환자들이 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지 결국에는 소프트웨어공학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단지 도메인만 다를뿐. 그렇기 때문에 관리되어져야 하고 문서화 되어져야 한다.
실제로 필자는 관리되지 않고, 미숙하게 쪼아대기만 하는 관리자를 보면서 외주 개발사에서 개발을 맡김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개발 및 관리가 되지 않는것을 자주 보았고 심지어는 갑과 을이 뒤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맞이했었다.
문제는 그런 소프트웨어 개발 이라는 것은 정부과제의 형식으로 전국에 있는 수많은 연구실들이 정부 프로젝트 자금을 받아서 개발 한다는 것이다. 즉, 국민의 세금이고, 소프트웨어를 관리하지 못해서 재사용불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사용자 혹은 소비자가 쓰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혈세의 낭비다. 때론 그들은 연구용이었다고 말하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핑계일뿐. 연구용 소프트웨어가 중간에 런타임에러 뜨면서 죽으면 연구가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다시 돌아가 보면, 나의 선택을 옳았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배울게 많다. 단순히 논문을 써야 하니까, 졸업을 해야하니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스터디 그룹을 통해서 낯선이와 함께하고,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대학원에서 배운것도 많다. 어찌보면 지금 이자리는 내가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박사학위라는 타이틀 보다는 내 포트폴리오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좀더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건지도 모르겠다.
한 20년 후쯤에는 후회를 할 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IT는 여전히 열악하고, 개발자의 3대 무덤은 여전히 존재하고, 35살 이후의 개발자는 닭튀기는 아저씨가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 좀더 끌리는 것을 하고 싶다. 다만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그때도 나는 소비자가 쓰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게 진짜 귀찮고 짜증날 지라도 말이다.
ps) 주저리주저리썼네요ㅋ 최근 너무 답답하고, 광고성 글만 올리는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