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지 못할 이야기.

May 24, 2011
굉장히 많은 시간이 지난것 같다. 그런데 난 제자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몰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었던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 봤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개발을 하고 싶었고, 개발자로서의 대한민국에서의 현실을 알면서도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의 개발을 하면서도 나는 개발자가 아닌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란, 당연히 사람이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것이, 내가 창조한 세계를 사용하고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이 프로그래머, 개발자로서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이상향이 아닌가 싶다. 
지난 2년은 그러지 못했던것 같다.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사실은 대학원이라는 곳 역시 그래서 떠나왔다. 박사과정 진학에서의 갈림길에서 나는 좀더 상아탑 밖에서는 더 치열하고, 더 전쟁터 같을것이라 생각했고,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러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 과는 다른 IT의 현실이 그곳에 있었다. 
회사에서의 생활은 조금은 힘들다. 다른것을 다 떠나서, 발전할 수 없고 프로그래머, 개발자로서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킬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점점 매말라가고 타는 목마름으로 부르고 있다. 과연 비경제적인 것이 의미가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 
나는 지금 이직 고려중이다. 이렇게 동네방네 떠드는게 더 우습지만. 사실은 그 만큼의 리스크를 지고 간다고 볼 수 있다. 가장큰 원인은 더이상 배울게 없다는 것, 그리고 개발자의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부터 아이폰 개발에 손을 댔다. 처음 만든 앱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진짜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두번째 만든 앱을 보면서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이런게 나랑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2년 동안의 묵언수행이 깨지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참 다사다난했던것 같다. 3개월 동안은 진짜 행복했다. 좋은 사람들과 치열하게 개발하면서. 그리고 욕도 먹어 가면서 직장생활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 졌고, 상황은 급 반전 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갔고 나는 남았다. 몇명 남지 않은 순간에도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따랐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가면서.. 조금 아쉬웠다.
왜 회사를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할까?
이런생각이 많이 들었다. 안정적인 재정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개발자에겐 일거리가 중요하고 벤처라고 하면서 함께 나누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건 말과 마음이 아닌 경제적인 나눔이었다. GE의 CEO인 잭 웰치는 이런말을 했다지. “보상은 머리와 가슴과 지갑이 병행되어야 한다.”
조금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비지니스를 보면서 꿋꿋이 버텼지만 결국 이런 순간이 왔다. 아니 나는 어쩌면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진짜 화나는게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신들의 태도다. 지난 1년동안 우리 팀은 회사 매출의 80% 이상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일 많이 한다. 큰 일한다. 대 기업과 상대한다. 이런 생각으로, 그런 눈빛으로 내려다 보는게 싫다. 솔직히 제정신이라면 미안해 해야한다. 그리고 여지껏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은 당신들이 토요일에 나오든, 일요일에 나오든 몇시에 퇴근하든 상관없이. 그냥 근무 태만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과정을 미화하지마라. 
단 한사람에게만 미안할뿐. 회사에는 딱히, 오히려 나에게 감사해야할텐데 말이다. 
이만 줄인다. 주저리주저리. 다 지나간 이야기. 
아무리 써도 돌아선 여인네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동서고금의 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