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종료와 미완성.
최종 철수 통보를 받았다. 장장 6개월의 프로젝트 기간.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이었던것 같다. 아쉽게도 이번 프로젝트 역시 미완성이 될 확률이 높다. 벤처에서의 2년 그리고 3년차에 접어 들고 있는데, 참 제대로된 소프트웨어 하나 개발하기 힘들다는 것을 또 느낀다.
프로그래머의 개발 능력적인 부분외에도 프로젝트가 완성되지 못하는 경우의 수는 정말 많다. 특히 벤처라면 말이다. 몇가지 예를 들면, 계약관계에서 계약서를 잘못 쓴 경우, 말도 안되는 인력의 부족, 떼 쓰는 클라이언트, 자금 부족 등 안타깝게도 나열한 것들은 모두 필자인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벤처라는 속성의 기업들을 보면, 기획서 상의 파워포인트 그리고 이쁘게 하기 위한 포토샵으로 제작한 디자인된 이미지만 보고, 속칭 믿을 수 있다는 기업조사자료의 수치를 근거로 한 것들은 장미빛 미래를 보여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지금 뭔가가 대세라고 해서 그것에 뛰어 들면 잘될거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그러면서 기획이나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프로그래머의 능력탓이라고 하지만 돌이켜 보면 더 큰 요인들이 많았다.
벤처라면 역시 자금 부족이 당연한 거라는 상식은 집어 치우자. 제대로된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인건비와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한 지원들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할수 있게 말이다. 회사의 자금과 월급을 걱정하는데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축사의 젖소도 젖을 짤때는 조용한 음악을 틀어준다. 왜? 우유량이 잘 나오라고.
하물며 인간이고.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창조적인 인터액션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어떤 걱정을 늘 안기게 해 준다면 좋은 생산량은 기대하기 힘들다. 정신력 혹은 마인드의 문제라고 치부하거나 벤처정신을 들먹거리진 말자.
참 안타까운건 그 좋은 아이디어들이 여전히 누군가의 컴퓨터의 프로젝트 폴더에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이런 미완성 작품들이 오픈소스화 되면 세상은 더 편안해질지도 모른다.*)어찌보면 벤처라는 생태계가 원래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어느정도 만들고 투자받고 또 만들고 등등 이런과정의 반복. 안타깝게도 나도 사람인지라. 지쳐간다.
미완성된 프로젝트들을 보면,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에 가까웠던 경우에도 총 3명의 프로그래머와 2명의 기획자 그리고 1명의 다자이너가 있는 경우였다. 프로그램의 거의 다 개발되었고, 안타깝게도 자금 문제로 출시 할 수가없었다. 가장 안 좋았던 경우는, 기획설계구현디자인까지 다 혼자서 한적도 있었다.
**미완성된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그렇게 돌이켜 보면, 짧게 개발한 모바일 앱이 더 개인적으로는 나았던것 같다. 출시하고 안하고는 천지차이다. 팔리는건 나중의 문제다. 그건 마케팅이 필요한거니까. 그러나 출시와 미출시는 확실히 다르다. 나는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이 출시하는 프로젝트를 했으면 좋겠다. 정말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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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업체일수록 많은 문제 아닌 문제들이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프로그래머들을 보면, 나중에 미완성이 되더라도, 당신 탓은 아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는 또 생각해 본다. 정말 내 탓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끊이없는 반성은 좋지만, 자학이나 자괴감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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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가 자금이나, 계약관계 종료이후에 미완성된 프로젝트를 완성하라면서 프로그래머의 근성, 프로정신 따위를 논한다면 나는 과감히 Fuck you 를 날려주라고 말하고 싶다. 프로그래머는 봉사활동가도 아니다. 건설업체에서도 돈 안주면 바로 현장 스톱이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 만약 그 프로젝트를 조금이라도 진행함에 있어서 자신이 흥미가 있거나, 아니면 기술적 진보를 스스로 성취할수 있다면? 고려해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주입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