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 프로젝트, 국토대장정을 위한 짧은 지침서

Sep 01, 2012/Jun 08, 2015

운전면허 시험과 이빨 대수술사이의 시간이 있어서 577 프로젝트를 보기로 했다. 기존의 내가 봐왔던 영화, 째째 한 로맨스, 러브픽션, 아부의 왕, 내아내의 모든것,  비급정서와 같은 맥락으로 끌려서 일까. 내 여자친구는 거부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혼자 보기로 했다. 아, 몇년만에 혼자 보는 영화인가. 약간의 자유로움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그래도 이전에 솔로 생활의 추억을 들추는 느낌이라서.흠. 나쁘지 않았다. 

 

 

577프로젝트는 하정우의 말 한마디에서 출발하는 영화이다. 남아일언중천금이라 했던가, 하정우는 약속을 좀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것 같다.(힐링캠프에서 이경규와의 약속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래서 국토대장정을 하게 되는데, 그냥 혼자 하면 될것을 영화화하기 시작한다. 친구들을 모으고 배우들을 뽑고 등등 물론 그 안에 공효진이라는 러브픽션에서 함께한 여배우 역시 섭외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영화는 특정 사건 순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정말 힐링캠프에서 나왔던 것 처럼, 지정된 시간 동안 아침에 일어나서 걷는 시간 그리고 자기 전까지의 시간만을 보여준다. 약 1시간 반의 러닝타임을 그렇게 채우고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아니면 영화라는것 자체가 별게 아닐수도..) 걷는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는것에 집중한다. 초반에는 별로 힘들어하지 않지만, 차차 힘들어 하면서 서로간에 짜증도 내고, 반목도 생기고 그리고 화해도 하고. 그런것들을 모아놓은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다른 영화에는 없는 여러가지가 있다. 영화내 광고가 있다. 걷는과정에서 숙영지에서 친구들과 스폰서를 위해서 찍은 광고들이 맥주 광고, 맛밤광고 등등.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으나 점점 보다보면 웃기고 재밌다. 또 힐링캠프에서 말했던 것 처럼, 하숙쇼 뿐만 아니라, 고해성사쇼 등등 다양한 볼거리가 1시간 반이라는 시간동안 채워져 있다. 

 

아, 역시 공블리다.
필자가 제목에서 처럼 짧은 지침서라고 말한 이유는 국토대장정을 누구나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좀 자세히 보여주는 영화다. 혼자하더라도 꼭 봤으면 하는 영화이고, 여럿이서 한다면 더더군다나 봐야한다. 어떤 규칙들이 있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등. 영화에서보면 굉장히 조직적이다. 배우라는 사람들이 있고, 제작진이 있고, 국토대장정을 통솔하는 사람들이 있다. 낙오라는 절차도 있어서 팀원에게 해가 되거나, 페이스를 따라오지 못할 정도라고 생각되면 제작진이나 통솔하는 사람들이 낙오를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또한 자체적인 규율들이 있어서 지각을 하면 물벼락을 맞는 등의 단체생활을 위한 노력들이 엿보인다. 

만약, 국토대장정을 기획하고 있다면 혹은 도전하고 있다면 9000원짜리 재밌고, 유쾌한 지침서가 되는 영화다. 당신이 하정우, 공효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좋아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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