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 의 에세이 책을 읽었다. 접어놨던 책장에서 몇몇 구절과 함께 느낀점들을 적어 본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문필과는 전혀 관계 없는 다른 일을 일상적으로 했던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일의 의뢰는 원칙적으로 받지 않았습니다. 중략.. 기본적으로 소설을 쓸 때는 소설만 썼습니다.
확실히 돈을 벌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재미가 없는것 같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간혹 알바를 하긴 하는데 그럴때는 중간고사를 앞둔 아이처럼 자꾸 딴짓, 오픈소스를 건드리거나 예전 프로젝트를 뒤적이거나 하는 짓을 하게 되더라.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되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 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개인프로젝트를 자주 하는데 회사일이 아니다 보니 데드라인도 없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다. 한우찾기라는 앱을 개발할 때는 퇴근하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2시간은 밥도 안먹고 무조건 그것만 했다. 그리고 1달 만에 첫 앱을 만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뭔가 하고 그것에 대한 성취감은 매우 큰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나 좋을 대로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자유인의 정의 입니다.
이것이 내가 프로그래밍을 하는 이유인것 같다. 회사, 조직에는 제약사항이 많지만, 그런 관습과 규칙, 제약사항들이 없는 작은 세상을 만드는게 재밌어서 처음 개발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하고 있는게 아닌지 되새김질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제삼자 도입' 과정에서 내게는 한 가지 개인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트집 잡힌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어찌됐건 고친다` 는 것입니다. 비판을 수긍할 수 없더라고 어쨋든 지적받은 부분이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고쳐씁니다.
..중략..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그 부분을 고쳐 쓴 다음에 원고를 재차 읽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생각건대, 읽은 사람이 어떤 부분에 대해 지적할 때, 지적의 방향성은 어찌 됐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내포된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 부분에서 소설의 흐름이 많든 적든 턱턱 걸린다는 애기입니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그 걸림을 제거하는 것 입니다.
어떤 지적을 당하거나 물음에 대해서 방어적으로 대할때가 나 스스로도 많다. 확실히 그것은 본능적인것 같다. 그렇지만 지적에 대해서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고, 반박을 하려면 명확하고 진실된 이유를 그 자리에서 대야 하는게 맞는것 같다.
하지만 그 작품을 써낸 시점에는 틀림없이 그보다 더 잘 쓰는 건 나로서는 못 했을 것이다. 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그 시점에 전력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쏟아붓고 싶은 만큼 긴 시간을 쏟아부었고, 내가 가진 에너지를 아낌없이 투입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말하자면 '총력전'을 온힘을 다해 치른 것입니다. 중략.. 그것만은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그 부분은 이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고 후회하는 일은 일단 없습니다.
매 순간 쓴 코드가 내 개발자 인생의 결과물이었으면 한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개발자를 퇴사후에 만난적이 있는데, 내 소스코드를 보고 뒤로 가면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뭔가 일을 하면서도 순간순간 성장했던것이 아닐지. 스스로에게 오늘 쓰는 코드가 지금 이 순간 최고, 최선의 결과물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만전을 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다시 말해 영혼을 담는 '틀'인 육체를 어느정도 확립하고 그것을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 이라는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많은 경우) 지겨울 만큼 질질 끄는 장기전 입니다.
나는 이게 하루키의 루틴(Routine)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루틴은 분명히 필요하다. 달리기에 대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개인만의 산책이나 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그건 생각을 비움과 동시에 체력이라는 그릇을 갖추는 일인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좋아, 이번에는 이런것에 도전해보자' 라는 구체적인 목표-대부분은 기술적인, 눈에 보이는 목표-를 한두 가지씩 설정했습니다. 나는 그런식의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새로운 과제를 달성하고 지금까지 못 해본 것을 해내면서 나 자신이 조금씩 작가로서 성장한다는 구체적인 실감을 얻을수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토이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를 하거나 할때는 확실히 기술적인 개인에 있어서의 진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구조를 넣어 봐야지, 아니면 어떤 라이브러리를 써봐야지, 어떤 패턴을 적용해 봐야지 하는 등등의 뭔가 본인만의 욕심이 있어야 한다. 그건 놓치면 안되는 기회인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애기할 필요도 없지만, 스스로 그런 경험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그렇지만 '내가 즐기기 위해서 쓴다' 는 기본적인 자세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글을 쓰면서 즐거우면 그것을 똑같이 즐겁게 읽어주는 독자가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을것이다. 그 수는 별로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지 않은가. 그 사람들과 멋지게, 깊숙이 서로 마음이 통했다면 그걸로 일단은 충분하다, 라고
이런 마음이 코딩을 할 때 들다가도 자주 바뀌는 요구사항, 말도 안되는 절차 등에 좌절하곤 하는데 확실히 어떤 구멍이나 공간을 통해서 내 스스로 이 일 아니 이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나 스스로의 자세를 상기 시킬수 있는 뭔가가 없으면 개발자(직장인이 아닌) 오래 하긴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든다.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줄수 없다면, 나 혼자 즐기는 수 밖엔
제발,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수는 없기에,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었으면 스스로에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