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운동화
난 원래 기본 스타일의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뉴발란스나 나이키 포스 같은 스타일이라고 보면 될것 같다. 홈쇼핑에서 나오는 여름형 매쉬소재의 운동화들을 사고 싶었지만 금방 적응하지 못하고 안 신을것 같아서 주문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난달 아내와 함께 이마트에 가서 2만원짜리 매쉬 소재의 운동화에 꽂혀서 사버렸다.
새로산 운동화를 실제 신는데 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무려한달. 발등이 들어난다는 것 때문에 약간 꺼려지기도 했다. 왜 사놓고 안신냐는 아내의 말에 이런저런 핑계로 둘러댔다. 몇일전 그래도 사놨는데 신어야지 하는 마음에 신어봤는데 자꾸 뒷쪽이 들리고 미끌거리는것 같아서 몇 번 안 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자꾸 신다보니 너무 시원하고 발에 땀도 덜나고 처음보다 많이 편안해졌다. 요 몇일은 이 신발만 신고 있다.
운동화, 신는것에 변화를 주는것에 대한 두려움은 이번 뿐만은 아니였다. 양말을 신지 않고 신는 샌들에 적응하지 못해서 버린것도 한두개가 아니다. (여전히 난 샌들을 신지 않는다.) 아내의 말처럼 난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참지 못하는것 같다. 그런데 이번 매쉬 운동화건을 계기로 적응기간을 조금 참아야 진짜 내게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알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게 그런것 같다. 개발을 할 때의 도구들, 프로그래밍 언어, IDE, 폰트, 라이브러리, 브라우저 등등. 우리가 작업할 때 쓰는 도구들 역시도 하나의 운동화와 같다. 새로운 것을 사용해 보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것, 익숙한 것과 비교를 하면서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기 마련인 것 같다.(물론 그중에서는 진짜 별로 인 것도 있다.) 그렇지만 적응기간
이라는 것을 거친후에 판단을 해도 늦지 않다. 너무 적응기간이 길면 안되겠지만, 어느정도 편견 없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용해보고 내게 맞는지, 혹은 내 작업 중 어떤 부분에 활용하면 좋을지 판단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나에게 그런 불편한 운동화는 Atom
에디터였다. 다른 사람들은 좋다고 애기하는데 sublimetext 보다 느린것 같고, pycharm, jetbrain 계열의 에디터 보다 나은게 없어 보였다. (어떤 부분은 여전히 그렇다.) 그렇지만 Atom 은 마크다운 문서를 잘 보여주고 sublimetext 보다는 패키지의 설치가 쉬운편인것 같다.(주관적) 그렇게 기피하던 Atom 은 예전 글에서도 밝힌적이 있지만, 마크다운 문서로 API 문서를 만들 때 사용하고, PDF 로 변환할 때 사용하고 있다. Atom 을 전체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마크다운 작성, PDF 변환에서만은 Atom 을 개인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Python 을 주 언어로 쓰고 있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조금 불편한 다른 운동화, 컴파일을 해야하는 언어를 익히고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자바의 번거로움이 싫어서 Python 을 선택했고 잘 쓰고 있지만 동적타입에 대한 장단점을 맛보기도 했고 새로운 언어로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어쩌면 불편한 운동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내 발에겐 새로운 세상에 적응한다는 것과 같은 일인것 같다. 나 역시 새로운 도구와 언어에 적응 하기 위해서는 적응기간
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조금 참아야 그것들을 사용하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