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를 시작하다. 🏡
회사에서 원격근무(리모트) 를 하게 되었다. 전체가 다 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선발대 같은 느낌으로 뽑히게(?) 되어서 1~2월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집-직장의 거리가 꽤 먼 편으로 약 2시간
정도 걸리고 있다. 여러 발표에서도 말했지만 원래 30분 거리의 회사를 다니다가 이직을 하게 되었고, 회사가 여의도로 오면서 멀어지게 되었다. 처음 1년 동안 여러가지 루트와 교통 수단을 통해서 출퇴근 거리/시간을 단축해 보려고 했다. 자차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는데 야근을 할게 아니라면 결국 양재
(라고 쓰고 지옥이라고 읽는다.) 에서 너무 막혀서 포기했다. 그리고 자차와 대중교통의 시간차가 30분 정도라서 주차비 1일 만원을 잡으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의 나의 일반적인 하루의 시작은 이렇다. 꽤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고 있다.
- 출근 : 새벽 6시 기상, 7시 40분 정도 출발 - 9시 50분경 회사 도착
- 퇴근 : 19 시 퇴근 - 20:50 분 정도 집 도착, 식사, 육아, 잠
어찌됐든 리모트를 1주일에 최대 2회
정도 하고 있다. 개별 팀마다 규칙이 있지만, 우리 팀에서 정한 규칙은 이렇다.
- 10시에 화상회의를 하면서 반드시 스탠드업 미팅을 하고, 개인별 JIRA 이슈현황을 공유한다.
- 30분 이상 자리를 비울 경우, 슬랙을 통해서 알린다.(이 부분은 별도의 슬랙 앱을 사용한다.)
- 점심 시간에는 반드시 모니터를 떠나서 식사를 한다.
- 정한 근무 시간 내 슬랙 태그 시, 10분내 답이 없으면 무단결근으로 간주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 빡센 규칙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도입을 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시범 케이스로 연습을 해보는 입장에서 처음부터 조금 보수적으로 가 보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이 규칙 중에 가장 적응이 잘 안되는 것은 화상회의
인데 첫 날에 아침 8시 부터 방 정리를 하고, 드라이를 했었다.
나의 리모트 하루
매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렇다.
- 7시 정도 기상, 7시 ~ 9시반에 집안 일 및 아이들과 아침 식사
- 10시에 첫째 아들이 어린이집을 간다.
- 10시에 화상회의를 진행, 이후 12시 30분까지 집에서
오전근무
- 아내와 점심식사
- 13시 30분부터 16시까지
1차 오후근무
- 16시부터 19시까지 까페에서
2차 오후근무
1차와 2차를 나눈 이유는 첫째 아들이 16시에 어린이 집에서 오기 때문이다. 5살이기 때문에 방에 있어서 계속 두드리고 안 나온다고 울기 때문에 이 때는 바로 까페로 피신을 해서 일을 한다. 😭
사실 어려운 부분은 이 지점인데, 까페로 피신해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좋은 까페를 찾아야 한다. 리모트를 하는 2일차에 16:00시에 배포지원 업무가 있었다. 원격서버에 들어가서 배포를 하고 모니터링 이후, 문제가 있으면 롤백을 해야하기 때문에 생각해 둔 까페로 바로 갔는데 그 까페가 17:00 시에 닫는다고 써 있어서 바로 다른 까페로 가서 했던 기억이 있다.
리모트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동네 까페들은 대부분 밤 늦게까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나 이디야 같은 프랜차이즈 까페들은 늦게까지 하지만 생각보다 집에서 멀고 이동시간도 생각해야 해서 부담스럽다. 동네까페를 이용하고 싶어서 몇 군데 갔었는데 일하는 좋은 동네 까페는 정말 찾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쁜까페는 노트북 놓을 자리가 없다.
여전히 나는 특정 까페를 찾지는 못했고 다음에는 개방형 독서실이라는 곳을 가서 한번 해볼 생각이다.
장점들 🤩
며칠간의 리모트를 하고 나서 느낀 장점들은 처음에 막연하게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 달랐다. 해보고 나서 내가 가장 좋게 느낀 장점들은 다음과 같다.
생활 인터럽트가 없다.
-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했던 경험으로 집중이 잘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혼자 집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회사에서 알게 모르게 인터럽트가 많이 온다는 것이다. 물론 집중 근무시간이나 헤드폰을 쓰고 막을 수 있지만(그리고 우리 회사도 그런 것을 장려하고 있다.)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먹으러 가거나 이동하면서 누군가와 애기하고 그 과정에서의 인터럽트가 생기지 않는다. 시간을 온전히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다 편한 점심시간
- 아무래도 회사의 점심 시간보다 집에서의 점심 시간이 편했다. 식사 자체보다는 식후에 소파나 침대에 원하는 자세로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아무리 편한 회사라고 회사인지라 그런 부분이 쉽지 않은데 점심시간도 나를 위해서 쉬는 느낌이었다.
- 개인적이긴 하지만, 주말이 아닌 시간에 아내와 점심을 같이 먹어본 게 얼마 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아내도 마찬가지였고, 아이가 둘이라 주말에는 같이 점심을 먹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조금 덜 신경을 쓰면서 같이 식사하는 것을 즐길 수 있었다.
일과 협업에 대한 집중
- 확실히 혼자하는 업무에는 집중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문서를 쓰는 일이 많은 데, 뭔가 퇴근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문서도 꼼꼼하게 쓰게 되었던 것 같았다.(퇴근 시간 전에 쓰고 공유하고 가야지!! 하는 생각이 없었다.) 협업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대면이 아닌 슬랙을 통해서 이야기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번 핑퐁이 오지 않도록 하나의 대화에서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많이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쓰게 되었던 것 같다.
- 일의 공유 적인 측면에서 원격에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증명 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어서 더 자주 더 구체적으로 공유하게 되었던 것 같다.
단점들 🧐
일 하는 공간에 대해서.
- 일 하는 공간을 잘 찾는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 3회 이상일 경우에는 공유 오피스나 토즈 같은 것을 월 결제로 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주변에 이런 시설이 있는지도 관건이다.) 까페를 하루에 2번을 간다고 생각하면 1일 1만원 이상이라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한 잔 시켜서 8시간 있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리모트 죄책감
- 지금은 그렇지는 않은데 초반에는 조금 더 많이 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공유하는 것도 있었고, 리모트로 인해서 일이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점심시간을 짧게 가져가기도 했었다.
기타
- 아직까지는 회의가 리모트를 하는 날에 잡히면 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화상/원격 회의(스탠드업이 아닌) 는 무리거나 스스로도 해본적이 많이 없어서 회사에 오게 되는 것 같다.
- 슬랙으로 일하는게 좋기도 하면서도 슬랙 채널에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혹시 무슨 일 있나?" 싶은 궁금증이 들기도 하고, 인터럽트긴 하지만 확실히 회사 내에 있을 때 오며가며 더 빨리 내부 사정을 듣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리모트를 하더라도 정말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하는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 그렇지 않은 날과 준비를 하고 시작한 날은 완전 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정말 자율적으로 일 하는 것에는 개인 스스로의 책임감이 많이 따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만큼 더 회사와 개인이 신뢰를 쌓아가고 더 자율적인 앞으로 원격근무, 리모트가 가능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회사에서 전체 리모트를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되었다. 지금은 3일째로 아침마다 스탠드업 미팅을 화상회의를 하고 있고, 어제는 15명이 함께 회의를 했었다. 일단 2주정도 하는데, 그 안에 리모트 환경에서의 업무/회의에 대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볼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