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 리뷰
중쇄를 찍자는 넷플렉스에 얼마전에 올라온 일드를 봤다. 사실 그 전에 이 작품(드라마인지, 만화인지 모르겠지만)에 대해서 트위터에서(역시 트위타..) 재밌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그런게 있구나.. 로만 지나쳤는데 이번에 넷플렉스에서 보면서 재밌게 봤던것 같다.
스토리 자체는 초보 만화 편집자가 거치는 우여곡절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중심에는 중쇄
라는 키워드가 있다. 드라마 안에서는 중판출래(重版出来)
라고 해서 책을 초판 다음에 찍어내는 것을 중판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편집자들이 뭔가 성공했다? 잘 되었다라는 의미, 결국 책이 잘 팔려서 한번 더 찍어내야하는 상황이니까, 그렇게 받아들여 지는 것 같았다.
보면서 몇개의 부분에서 감동/인사이트를 얻었던 부분은 이렇다:
- 드라마에서 보면 중쇄를 찍는 행위에 대해서 굉장히 서로 축하해주고, 그것을 담당자는 굉장한 성취로 느끼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부분은 일본드라마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어떤 일이 잘 되는 것에 대해서 그 담당자가 굉장히 감사함을 느끼는 부분에서 큰 인사이트를 얻었다.
- 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개발을 하고 기능을 출시하고 나면 출시한 기능에 대해서 이것도 해주세요, 저것도 해주세요 라는 요청들이 오게 되는데 그런 순간들마다 하긴 하지만 툴툴이 스머프마냥 일을 대해왔던것 같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런 요청이 오는 기능들은 사실은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사용이 되고 있는 기능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정사항/요구사항들이 추가로 인입되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그건 이 파트에서의
중쇄
에 해당하는 시그널이 아닐까? 그러면 나는 거기에서 얼마나 감사하고 있나? 해줬는데 왜 또 해달라고 하나?라는 투정만 부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1년에 수많은 기능들을 만들었지만, 한번 만들고 더 이상 고칠 필요가 없는 기능들도 있다. 어떤 케이스는 진짜 그 기능이 그 이상으로 발전할 필요가 없는 기능들도 있지만, 어떤 기능들은 그 만큼의 고객 사용도가 떨어지는 기능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수정요구사항이 온다는건 그걸 만든 내 입장에서 감사해야하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또 다른 부분은 능력/재능의 질투에 대한 부분인데, 이건 인사이트를 얻었다기 보다는 소회정도 인것 같다. 7화에서 누마타와 나카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나카타의 콘티를 보고 누마타가 질투를 하는 부분이 나온다. 질투라기 보다는 메타인지가 되는 부분인것 같기도. 그 부분을 보면서 느낀건 이 업계에 있으면서도 본인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되고 특히 IT업계는 진입하는 연령층이 더 아래로 내려가면서 어린 연령 분들과 30-40대의 분들이 같은 영역에서 만나면서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뭘 한거지?
이렇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속된 말로현타가 씌게 온다.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고 인정을 해야하는 것 같다. 비단 IT영역만 그런것은 아닌것 같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서 불편함이 이어지거나 퇴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금 더 열린 마인드로 서로에게 배울게 있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좀 더 저분을 통해서 빨리 배울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의식적으로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야 할 것 같다. - 7화의 또 다른 부분은 누마타가 과거의 콘티를 서랍에 넣으면서 회상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언젠가.. 언젠가..
라는 자막이 나오는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순간들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언젠간 해야지, 언젠가는 사야지 이렇게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무엇을 하려는 순간마다 어떤 핑계들은 항상 있는것 같다. 이번에도 이사를 가면서 인테리어를 할까 말까 생각했는데 받았던 주위의 조언들은 대부분 이런식이었다.
애들도 어린데 인테리어 해봐야 돈낭비다.
좀 더 큰 평수로 이사가서 하는게 낫다.
-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애들이 크고 좀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가면 나이는 더 들거고 그때는 또 그때의 핑계들이 있지 않을까? 또 그러면 그런 핑계들을 토대로 언젠가 해야지 하면서 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언은 감사하고 깊게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긴 하지만 시간은 항상 가장 비싼 자원이기에 먼 미래의 행복 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12월 리프레쉬 기간에 봤었는데 거의 몰아봤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리뷰 같은것을 잘 작성하지 않는데 오랜만에 작성하려니 낯설다. 개인적으로 시즌2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인데 잘 모르겠다. 아직 안본 분들이 있으시면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7화 외에도 다른 회차들도 너무 재밌기 때문에 강추!
(2023.12.02) 추가적으로 많이 요즘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는 6화 야스이에 대한 부분이다. 신인 만화가에게 독설을 날리거나 칼퇴를 해버리는 등의 모습들을 보이지만 많은 히트작들을 내는 부분들을 보이는 일명 신입잡는 야스이. 사실 그는 예전에 만화부가 없어질 위기를 겪었고, 그런 부분을 만회 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 부분을 조직 내에서 자처하고 있다. 내가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조직에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감사함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장이라면. 어떤 조직의 특성에 따라 조직원들이 하고 싶은것들이 있고, 하기 싫지만 해야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개발자/팀이라면 당연히 기술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거나 멋진 아키텍처를 만들고 싶고 혹은 좋은 코드리뷰 문화를 가지고 싶어하는데 반면에 만들어 놓은 부분에 대한 누군가는 운영/유지보수를 해야하고 또 누군가는 다른사람의 코드, 레거시를 치우는 역할을 한다. 대체적으로 이런 일은 빛이 나진 않지만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고, 비지니스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물론 자동화도 중요하지만 자동화는 늘 바로 할 수가 없다. 조직의 야스이가 누구인지를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