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름휴가

Sep 02, 2024

여름휴가라고 붙이는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8/23일 금요일 연차를 내고 주말이랑 이어서 강원도 평창에 왔다. 평창에 있는 휘닉스 파크에서 아내가 패키지 특가가 있어서 예약을 약 한달전에 했었다. 금요일은 사실상 늦게 떠나서 평창에 거의 5시가 넘어서 도착했지만 중앙에 있는 휘닉스 파크 잔디밭에 들어서자 5년전에 왔던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났다. 넓게 펼쳐진 잔디, 뛰어노는 아이들, 아주 덥지도 아주 많은 바람이 불진 않지만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느끼면서 5년전을 내 몸이 기억해냈던것 같다.

아이들이 모래놀이는 하는 동안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족욕을 했다. 뛰어노는 아이들과 잔디 그리고 녹색으로 뒤덮힌 산을 보면서 강원도에 왔구나라는게 실감됐다. 어떻게 보면 참 별거 없는데 왜 이제까지 내 자신을 위한 이런 노력도 안하고 있었나 싶다. 매년 아이들과 같이와도 애들이 커가면서 색다른 추억들이 쌓일것 같다.

애매한 7시반 정도의 시간이라 내부에서 마땅히 먹을곳이 없었다. 밖에 나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평창한우마을 면온점, 최근에 전현무가 다녀갔다는 것으로 걸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땅히 대안도 없어서 갔다. 아내가 이번에는 차를 가져가지 않고, 셔틀버스가 오는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다. 셔틀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앉아서 불을 끄고 가는데 한 10분정도의 거리동안 휴대폰을 보지 않고 휴가의 시작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셔틀버스의 선택부터가 이번 휴가가 조금씩 내가 이제까지 여행해왔던 방식이랑 다른것 같았다. 아이들도 처음 경험해보는거라 신기해했다. 음식점에서 한우모듬세트를 시켜서 먹었는데 분명히 배가 안고프다는 아이들이 약 15분만에 한우를 거의 다 먹어 치웠다. 식욕이 떨어졌다. 아내는 막국수를 시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우를 아이들에게 구워주면서 이렇게 아버지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점의 선택은 괜찮았던것 같다. 유명 연예인이 오는 곳을 잘 거르게 되는데, 몇가지 좋았던 점을 설명하자면, 1) 현지의 싼 가격은 아니지만 맛은 있었다. 2) 아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었다. 예를 들면, 사탕을 주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을수 있거나 비눗방울을 주거나 3) 생각보다 체계적인 곳이었다. 숯 관련 구역이 따로 있었고, 계산대와 셀프바 근처에는 평창, 봉평 로컬푸드를 파는 진열대가 있었다. 화장실 문에는 음식점에서 하는 다양한 리뷰 이벤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밖에는 무대가 있어서 뮤직비디오가 틀어져있었다. 다시 리조트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춤을 췄고, 우리는 웃기 바빴다.

평창한우마을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런 경험도 재밌다고 느꼈다. 리조트로 돌아온 아이들은 생전 처음보는 투니버스 채널에 빠져서 보다 늦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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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아침이 밝았다. 창문을 여니 안개가 자욱했다. 같은 시각이라도 강원도에 있으니 뭔가 상괘한 공기가 느껴졌다. 밍기적 거리다가 첫째가 일어나서 또 투니버스 시청을 시작했다. 텔레비전 소리에 둘쨰가 합류했다. 둘째는 언제 워터파크를 가냐고 나에게 물었고, 나는 밥을 먹어야 갈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자고 있는 엄마에게 "엄마, 아침이야, 일어나" 라고 둘째가 말했다.

조식도 포함이 되어 있는 패키지 였는데, 확실히 성수기라서 약 20분정도 기다렸던것 같다. 구성은 나쁘지 않았다. 집에서 먹는 종류와 비슷하게 계란, 빵, 야채, 과일로 먹었다. 요즘 건강관련 인스타를 많이 봐서 그런지 밀가루 종류보다는 빵과 과일을 먼저 먹었다. 쌀국수도 있었지만 참았다. 에소프레소에 얼음을 넣어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잔이 따뜻했다.)를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워터파크를 가야한다. 가기전에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그 전에 원래 할려고 한 전체 리스트들은 다음과 같았다.

이 중에 태기산 CC 투어는 골프카트를 타고 18시에 골프장을 한 바퀴도는걸로 내가 하고 싶었는데 포기했다. 애들이 그리 좋아할것 같지도 않고, 시간이 애매해서 포기. 일단 오늘은 워터파크, 루지만 하기로했다. 루지가 16시에는 가야해서 워터파크는 늦어도 15:30분에는 나와야했다.

5년전에 간 워터파크는 시장통이었다. 그때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아쉬운건 야외 일부 슬라이드들이 운영을 하진 않았지만 놀기엔 충분했다. 둘째가 악어 튜브를 빨리 바람을 넣어달라고 했다. 악어튜브는 바람이 샌다. 그래서 되게 자주 넣어야 하는데, 그래도 큰 튜브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서 바람을 넣어 주었다. 첫째는 2단발사 물총을 가져왔다. 다른 사람들이 물총이 없는것을 보고 아내가 못하게 했지만 계속 들고 다녔다. 유수풀, 파도풀 등 다양한 곳들에게 즐겼고 나는 간간히 썬배드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몇년전부터 약간 젖은채로 썬배드에 앉아서 비치타올로 몸을 덮고 그늘 아래에서 있는게 좋았다. 사람들이 여유가 있는 모습, 파란하늘, 수영장, 그리고 아이들을 보고 있는것만으로도 좋았던것 같다.

첫째는 이제 혼자 놀기를 원하는것 같았다. 수영을 다녀서 곧잘 하지만 혼자서 슬라이드 타고 내려오고 이제 같이 뭘 하기 보다는 옆에 있어주기만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터플레이라는 약간 작은 미끄럼틀과 종아리까지 오는 풀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첫쨰, 둘째랑 악어튜브 쟁탈전을 했다. 서로 물멕이고, 물을 쏘고, 잡고 땡기고 장난치고 아무 생각없이 그럴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 2시간은 유수풀에서 꽤 놀았는데, 심심해서 악당 역할을 맡았다. 물총을 가지고 유수풀에 애들과 아내가 돌아다닐때 계속 물총을 쏴댔다. 첫째와 둘째가 재밌어했다. 물을 채우고 물을 쏘고, 계속 뛰어다니는데 순간 예비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3시가 되어서 나가자고 하니 싫다고 했다. 그럴줄 알았다. 루지를 지금 나가지 않으면 못탄다고 했다. 바로 가자고 한다. 워터파크랑 리조트랑 가까워서 와서 바로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고 루지를 타러 갔다.

루지 헬맷을 먼저 쓰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루지를 타고 내려오는 코스인데, 헬맷부터 첫째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파란 헬맷을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쉽게도 여기에는 파란색, 빨간색, 핑크색 등으로 사이즈를 구분하고 있어서 파란색은 엑스라지, 핑크색은 스몰이다. 나는 파란색을 아이들은 핑크색 헬맷을 썼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아이들도 리프트가 처음이기 때문에 매우 신기해했다. 나도 겨울이 아닐때 리프트를 타니 눈이 아닌 도토리 나무나 여러가지 시설물들이 보이면서 조금 무서웠다. 리프트에 내려서 루지 교육을 받았다. 루지는 이번이 2번째인데, 아직 아이들은 어려서 부모님과 같이 타야했다. 나랑 첫째 그리고 아내와 둘째가 같이 탔다. 스키장에서 내려오는 루지는 긴코스여서 재미는 있었지만 곳곳에 여러가지 속도를 줄일수 있는 장애물들을 배치해놔서 속도를 내기는 어려웠던것 같다. 곧 아이들도 스스로 타게되서 넷이서 타면 더 재밌겠지.

바로 곤돌라를 탔다. 원래 스케쥴에는 없었지만 저녁식사보다 약 1시간 정도 남아서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약 15분정도 걸렸지만 올라가길 잘했다. 긴 초원처럼 펼쳐져 있었고, 아래에서는 다른 바람이 불어올라왔다.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잘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스키장 정상이라 늘 올라오면 내려갈때 그 두려움이 있었는데, 눈이 없을때는 그 두려움보다도 멀리 보게 되니 강원도 산자락들이 보였다. 겨울에는 다 눈으로 뒤덮히고 스키와 스노우보드 타는 사람들이 많겠지, 이번 겨울에는 아이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다시 스키를 탈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는 곤돌라에서 둘째는 벌써 자기 시작했다. 워터파크, 루지, 곤돌라 등 계속 뛰어놀았고 햇살이 따가운탓에 얼굴일 빨개지고 코가 딸기코가 되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했다. 이것도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무료인데 뷔페에서 다양한 음식과 샴페인을 먹었다. 회도 맛있었고, 고기도 맛있었다. 더할 나위없었다. 아내가 너무 많이 먹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해서, 이제 가서 자면 된다고했다. ㅎㅎ 아이들은 리조트에서 또 투니버스를 봤고 나는 누워서 넷플릭스를 봤다.

자기전에 애들이랑 같이 티비를 봤는데 투니버스에서 명탐정 코난을 해주고 있었다. 코난의 클리셰, 수면침을 쏘고 사건을 해결하는, 설명을 해주기 아이들이 신기해했다. 아빠가 어렸을때도 있었던 애니메이션이라고 했다. 원래 코난은 어린애가 아니라 어른이라는 것과 검은모자 악당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결말이 안났다는 것(맞나?)을 알려주니 신기해했다. 근데 나는 코난에 감사했다. 애들이랑 이렇게 애기할 수 있는 거리가 있다는게, 세대를 초월해서 말이다.

소파에서 잠을 자는데 첫째가 무섭다고 같이 자자고 했다. 에어콘이 거실에만 있는 구조라서 약간 더웠고, 많이 먹어서 그런지 좀 힘들었다. 이제 과식은 안되겠구나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 뒤척임이 계속 되었고, 너무 피곤한 둘째날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 많이 먹은탓, 잠자리가 잘 나랑 안 맞는 탓에 셋째날 오전 컨디션이 별로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갔고, 어제와 같은 음식이기에 더부룩하지 않은 음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약속했던 상상놀이터에 아이들과 아내를 보내고, 첫날갔던 야외 족욕하는 곳에서 찬물로 족욕을 하면서 이 휴가를 돌이켜봤다. 더할 나위 없었다. 아이들이 짜증도 있었고, 더위도 있었고 그래도 다 작은 추억들인것 같다.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무섭기도하고 좀 더 긴 휴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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