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메종도쿄로 보는 스타트업

Sep 22, 2024

그랑메종도쿄를 넷플릭스에서 최근에 시청을 했다. 개인적으로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를 좋아했었는데, 간만에 보게 되어서 재밌었다. 뻔한 클리셰들이 있긴 했지만 요즘은 그런것들을 느끼기가 쉽지 않아서 더 새롭게 느껴졌던것 같다. 요리라는것 자체에 관심이 있기도 하지만, 그랑메종도쿄를 보면서 새롭게 드는 생각은 스타트업의 여러부분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더 공감이 갔던것 같다. 이 드라마는 미슐랭 3스타를 받기 위해서 그랑메종도쿄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도쿄에 만드는 과정, 그리고 미슐랭 3스타를 받기 위해서 성장하는 과정들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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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 모으기

주인공 오바나 나츠키는 파리에서 몇 년전 큰 사고를 치고, 다른 레스토랑에서 써주질 않기에 전전한다. 그 과정에서 미슐랭 별을 받고 싶은 하야미 린코를 만나게 되고 둘은 그랑 메종 도쿄라는 프렌치(프랑스요리) 레스토랑을 창업하게 된다. 당연히 둘 만으로는 되지가 않는다. 다양한 파트의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지배인, 보조셰프, 디저트 담당, 식재료 담당 등. 대부분의 동료들은 몇 년전 오바나가 친 사고로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황. 당연히 동료가 바로 될 수가 없다. 이 과정에서 요리 자체로 설득을 하거나, 그 사람이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서 도와주거나, 과거에 함께 일했을 때 좋은 기억을 되살려주거나, 더 성장할 수 있게 푸시하는 식으로 설득을 해나가고 결국 그랑 메종 도쿄에서 미슐랭 3스타를 위해서 함께 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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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초창기도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아무것도 없다. 자본도 없고, 제품도 없다. 그나마 mvp가 나왔으면 다행이다. 내가 이제까지 다른 직장에서 일해온 시간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그때 함께했던 그 사람들을 찾아서 새로운 스타트업의 합류의 의사를 묻는다. 당연히 거절이다. 가정이 있거나더 큰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다.(그랑메종도쿄에서도 마찬가지) 그래도 나를 믿고 스타트업에 합류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에게는 신의를 지켜야 한다. 초기에 스타트업에서 주니어 혹은 신입으로 합류하시는 분들이 있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함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의 회사에서도 있었고,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초반 스타트업에서 팀원을 모으는데 은총알은 없다. 각자의 스타트업 초기 멤버가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 혹은 무기로 그 단계를 돌파해 나가야한다.

디저트 담당인 마츠이는 자신이 만드는 디저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오바나의 혹평을 듣고 더 그랑 메종 도쿄에 합류해서 더 성장하고 싶어한다. 이런 모습은 이상적인것 같다. 돌이켜보면 초기 단계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개발자들이 시니어일수는 없기 때문에 성장하고 싶어서 눈이 반짝이는 분들을 선택했던 것 같고, 다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대체로 그런 분들은 내적동기가 강한편이라서 계속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 전체적으로 회사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초기에 시니어가 있으면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단서를 달고 싶다. 무조건적으로 시니어가 있어야 한다라기 보다는 니일내일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고 단계를 넘어가는데 주저하지 않는 시니어라면 좋을것 같다.

투자

오바나의 사고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새로 여는 레스토랑에 대해서 탐탁치 않아 한다. 그래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요리로 담당자를 설득을 해도 무리다. 그 과정에서 과거 동료의 도움을 받아서 대출을 받고 레스토랑을 열게 된다. 스타트업의 투자를 보면, 한번 이상 창업을하고 투자 유치를 했던분들이 더 수월하게 받는것 처럼 보인다.(아닐수도 있다.) 그 만큼 과거의 경험과 평판은 중요한것 같다. 만약 이전에 스타트업에서 사고를 치고, 문제를 일으켰던 대표에게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돈에 대한 투자 뿐만아니다. 오바나의 제자 쇼헤이는 모종의 이유로 경쟁업체 카쿠 레스토랑에 탄고 셰프와 일하게 된다. 일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이전에 같은 직장에서 일을 했었고 탄고셰프는 쇼헤이의 실력을 알고 있어서 채용을 하게 된다. 평판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쇼헤이는 이 평판때문에 고초를 겪는다. 그럼에도 쇼헤이의 동료들은 쇼헤이와 일을 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같이 일을 했을때의 경험이 좋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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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스타트업에서 보면 무례하거나 혹은 문제를 일으키고 도망가는 식으로 퇴사를 하는 분들이 있다. 다신 업계에서 안볼 것 같지만 언제 어디선가 그런것들은 본인 스스로가 정산을 해야 할 시점이 온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함부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 퇴사를 하더라도 인수인계 문서를 잘 작성하고, 나 다음에 있을, 그리고 남아있을 동료들을 위해서 최선을 항상 다했다. 그건 스스로에 대한 프로페셔널함과 동시에 동료들을 위한 당연한 배려, 그리고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버티기

이 드라마의 중반부는 계속 동료모으기 그리고 오바나의 실수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음해공작으로 이어진다. 사고친 셰프가 도쿄의 레스토랑을 열었다고 하는데 누가 오겠는가? 다들 오바나를 탓하고 있을 때 오바나는 움직인다. 갑자기 지역 음식 축제에 나가면서 원래 만드는 프랑스 요리와 상관없는 카레 등의 요리를 가지고 나가고 결국 오바나의 레스토랑에서 나온 걸 알고 쫓겨나지만 음식은 맛있어서 SNS를 통해서 인기를 되찾는다. 그리고 그랑메종도쿄는 다시 정상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스타트업을 하다보면 원래 하려고 했던 일 외에 이상한 일을 해야하는 시점들이 온다.(물론 이건 회사마다 다르다.) 정부과제나 더 나아가서는 SI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자원자체가 풍부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고 원래 가려고하는 길을 직선으로 생각했지만 우리는 구불구불한 길을 가야할지도 평지가 아닌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을 가야할 경우도 있다. 당연히 예상보다 자원은 더 필요로 하고 그것들을 마련하는데 부차적인 상관없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것들로 연명하는 스타트업은 빨리 탈출하는게 맞지만, 거기서 나오는 수익에 매몰되어 있는지, 원래 가려고 하는 길의 연장선상에 있는지 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런 작업을 하면 동기부여가 구성원들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왜 이걸 해야하나? 라고 바로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 창업자나 파운더들이 해야하는 일은 이때 왜 이걸 우리가 지금 해야하는지 잘 소통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 이해하지 못해서 떠난다면 어쩔수 없다. 하지만 소통은 해야한다.

성장

그랑메종도쿄에서 자주 나오는 대목이 어떤 요리나 디저트를 만들었을 때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 걸맞는 것인지를 서로에게 계속 물어본다. 디저트 담당인 마츠이는 이 부담감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주인공인 오바나 역시 메인 요리에서 미슐랭 3스타급의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을 한다. 중요한 점은 각 파트에서, 에피타이저, 디저트, 와인, 메인요리를 만든 사람들이 주방의 인원들에게 요리를 선보이고 그 사람들은 미슐랭 3스타를 이 요리로 딸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리고 미흡한게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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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성장을 자꾸 이야기한다. 성장이 도데체 뭘까? 스타트업에 와야만 성장할 수 있는 걸까? 사실 잡부인데 성장이라고 포장하는 게 아닐까? 이런 물음들을 스스로 많이 해왔다.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스타트업 안에서 개개인이 성장하려면 해당 조직이 원하는 기준이 높아야 하고, 그걸 맞추기 위해서 서로가 챌린지 해야한다. 서로가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푸시하거나 끌어올리거나 노력을 해야한다. 스타트업에서 일이 많다고 해서, 그 일을 다 해냈다고해서 성장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준은 결국 리더가 잡아야 하고 항상 높은 수준의 기준을 가지고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그래야 구성원이 성장한다.

그랑메종도쿄에서 오바나가 파리에서 에스코피유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했었고, 동료들은 거기서 함께 했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에스코피유의 요리에 대해서 극찬하는 부분이 나온다. 높은 기준이 있는 조직에서 성장한 구성원들은 퇴사를 하더라도 예전을 그리워하고 다음 회사를 다고 좀 더 높은 기준에서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스스로를 믿기

그랑메종도쿄에서는 이런 순간들이 많이 있다. 결정적으로 하야미는 오바나와 함께해서 성장했고, 미슐랭 3스타에 걸맞는 요리를 만들어내지만 스스로 믿지를 못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요리로 밀어 붙인다. 그리고 결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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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유난히 이 스타트업계에는 말이 많다.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블라블라블라. 이미 한번 성공하거나 성공한 스타트업에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쓴 책과 팟캐스트, 블로그 등에서 참견들을 한다.(어쩌면 이 글이 그런걸지도 모른다.) 그런것들이 어느 순간까지는 도움이 된다. 내가 몰랐던것, 그리고 회사를 만들어나감에 따라 공통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도움이 된다. 다만, 중요한건 어느 순간/시점이 지나면 하나의 스타트업은 고유해지고(unique) 그에 필요한 방식과 도구들이 있어야 한다. 고유해지는건 도메인의 특성일수도 아니면 대표의 스타일일수도, 회사의 문화일 수도 있다.

고유해진 시점부터는 스스로를 믿는 게 중요하다. 외부에 있는 소위 전문가들이 우리 회사를 알까? 얼마나? 참고하되 맹목적이진 말아야한다. 스스로 맞는 방향이라고 믿는다면 밀고 나가야 한다. 여기서는 이렇게 했네, 저기서는 저렇게 했네라는건 의미가 없다. 결국은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면 된다. 어떤 방향이었고, 거기에 도착했다면 맞는 방향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참견의 말들도 결국 결과를 만들어낸 어떤 방향에서 시작했고, 그게 결과를 내니까 소위 맞는 방향, 참견의 말이 된것일 뿐이다. 제발 스스로를 믿자.

떠나기

거의 마지막 화가 되었을 무렵 오바나는 그랑메종도쿄를 떠난다. 스스로 떠나야 할 때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떠나게 된다. 스타트업이 어느정도의 투자를 받고 성장을 하게되면 초반의 멤버들이 떠나는 시기들이 온다. 혹자는 회사의 성장을 개인이 따라잡지 못해서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다만, 창업자가 아닌 이상에는 모든 임직원들은 스스로 떠나야 할 때를 직감적으로 안다.(이건 스타트업만 그런게 아니다.) 내적 동기부여가 안되는 경우도 있고, 여러가지를 이 회사에서 다 해봐서 그럴수도 있고, 성장할 만큼 성장해서, 다른 사람/회사와 일해보고 싶어서, 다른 도메인을 해보고 싶어서일수도 있다,]. 넷플릭스의 스포티파이 관련 시리즈인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전체 6화 중 절반정도가 초반 멤버가 떠나가는 이야기다. 그만큼 흔한걸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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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떠나는 것도 중요하다. 초반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개인과 가족의 생활을 희생하고 여기까지 달려와서 떠나는 것이 허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건 개인의 인생에서 한 파트로 남겨두면 좋을 것 같고, 사회라는 곳에서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었다는것, 그리고 남겨진 멤버들이 있다는 것을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사회에서 몇명이나 회사를 만들어봤을까?


#essay  #star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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