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가?

2025-07-26

Akiflow를 잘 써오고 있었다. 확실히 좋은 툴이고 현대의 IT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툴들을 개인의 일정안에서 관리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좋은 툴이라고 생각한다. 1년 요금제를 결제 했는데 1년 만기가 다가오면서 재결제를 할까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달전부터 다이어리를 써오고 있다. 계기는 베스트펜에서 만년필을 맛본이후 입문용 라미를 쓰고 있는데 그게 또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다. 예전만큼 다이어리로 일정을 관리하는건 아니다. 구글캘린더가 있고, Akiflow가 그걸 또 받아서 잘 관리해주고, 아이폰이나 맥북에서 알려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는 생각과 감정의 끄적임을 할 수 있어서다. 약간의 자기치료 효과도 있고.

어쨋든 Akiflow 재결제를 고민하다가 나는 결국 아이폰 미리알림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내고 쓸만큼 좋지만 뭔가 계속 내 삶에 소프트웨어 덕지덕지 붙는 느낌이었다.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서 처음에 어떻게 일을 했나로 돌아가봤다. 주간회의때 다이어리 들고 들어가서 팀장님 말씀 받아적고, 그 다음은 어느새부터 노트북을 들고 들어갔던것 같다. 구글캘린더, 노션 등등 이런것들이 하는 개발일은 동일한데 계속 덧붙여졌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경험하는것은 물론 매우 좋지만,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결과적으로 하는 일은 같은데 왜 이렇게 전처리 단계가 많아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소프트웨어 추가가 부담스럽게 느껴졌을까?

나이가 들어서일수도 있지만 2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의 추가, 실질적으로 이건 아이폰 앱이나 맥앱의 추가로 이어지는데, 기존에는 필요한것을 쓴다라는 관점이었는데 요즘에는 효율적이면 새로운것을 쓴다는 관점이 더 많이 작용하는것 같다. 그러다보니 소프트웨어의 추가가 내가 느끼기엔 방안의 새로운 소파나 티비를 추가하는 것 같다. 샀는데 안쓰면 죄책감을 느끼고, 그렇다고 안쓴다고 큰일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다른 하나는 효율성에 대한 강박관념인것 같다. 나를 효율적으로 해줄수 있으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설치해서 쓴다는 생각이 예전보다 많이 생기는것 같은데(이건 예전보다 선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많아졌다는 방증) 당연히 하나로 100% 효율적일수는 없으니 여러개를 계속 도입하게 된다. 아이폰 메모에서 노션으로, 구글캘린더에서 Akiflow로 등등 특히 AI툴이 최근에 생기면서 더 그러는 경향이 커진것 같다. 확실히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보다 싸고, 부피가 적고, 설치가 쉬운것도 한몫을 하는것 같다.

많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것이 절대 나쁜것은 아니지만, 내 관점에서는 그런것들은 별로 중요한건 아닌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것 같다. 잘 먹고 마시고 잘 자고, 생각을 하고 원하는 것을 만들고, 다양한 경험을하고. 이런 과정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좋지만, 그걸로 인해서 본래의 목적이 방해 받는다면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유료로 쓰는 소프트웨어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점검을 해보고 있다. 그게 진짜 지금 필요한지, 과거네 나는 어떻게 그 필요성들을 대응하면서 살아왔는지, 이제는 소프트웨어의 미니멀리즘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ssay  #software  #software minim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