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주위에 여러 변화들도 있고, 내가 해온 개발자라는 직업도 AI의 영향으로 인해서 그동안 해왔던 일의 방식과 형태들이 변하고 있고, 내가 있는 위치와 소속된 곳에서의 변화도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굉장히 급변하는 시기인 것 같다. 30대를 지나 40대가 되니 확실히 더 느끼는 건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인간은 불확실함을 계속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다. 각 나이대만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물론 20, 30대에 가졌던 불확실성은 없지만 나 역시 40대는 처음이라 불안하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들로 정말 하루에도 수없이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고, 특히 지금 내가 하는 게 이걸 지금 하는 게 맞는가? 라는 실존적 고민을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20대에는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와 경험을 하는 시기였고, 30대에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커리어를 위해서 이직도 하고 직책도 바꿔가면서 지내왔는데, 40대 초반에 들어서니 그 다음은? 부분에서 많이 고민이 된다. 누군가는 이 고민이 사치스럽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구나 가는 일반적인 길이 있는데 왜 고민을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 해왔던 것처럼,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지금까지 해왔던 커리어를 가지고 새로운 기회를 찾고, 더 큰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로 가는 게 가장 일반적인 형태일 것 같다. 그러나 그 선택을 주저하게 되는 건, 그 삶의 모습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동료들과 회의를 하고 다양한 일을 하고 다시 퇴근을 하고 이런 삶. 내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의 방법들을 구현하는 일. 평일에 일을 하고 주말에는 쉬거나 밀린 일을 하고. 삶이 뭐 그리 다를 게 있겠냐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삶의 모습이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모습인가? 앞으로 30년 이상을 더 할 수 있어? 에는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이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내리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아니 어쩌면 답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걸 스스로 마주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 진짜 처절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회사를 다니고, 좋은 커리어가 되어서 좋은 집에서 잘 살겠지 하는 생각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야 가능한 것이다. 과거의 여러 선택들의 합이 현재의 나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나의 모습은 정말 여러 우연과 우연들, 그리고 수많은 운이 좋은 결과라고 볼 수밖엔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내 모습에 대해서 좋게 봐주시고,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감사한 것은 감사하지만 나는 다른 모습으로 사는 나를 원하고 있다. 그렇기 위해서 지금의 나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의 내 삶의 흐름에 휩쓸려 내려가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그 방향이 맞다면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는 보트에서 내려서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자기증명

이런저런 고민들과 나의 현재의 모습, 앞으로 원하는 모습들을 고민하다가, "자기증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가 아무리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외쳐도 소용이 없다. 세상은 나한테 관심이 없고,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은 현재의 나의 모습뿐이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 불만족과 수많은 번뇌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