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스포일러가 아주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례 스타필드 시티에 가서 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왔습니다. 저번에 스파이더맨을 봤던 극장의 IMAX 2열(E열)에서 관람했는데요, 예전에 A열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쾌적했습니다. 생각보다 E열은 스크린이 한눈에 들어와서 아주 좋더라고요. 비록 '용아맥(용산 CGV IMAX)' 수준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고 영화 자체를 즐기기에는 크게 문제없는 자리였습니다.

영화 내용이야 다들 아실 테니 굳이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영화 유투브에서 랄프 파인즈이 출연했던 예전 <더 리턴> 버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보면서도 '왕'이라고 나오는 인물들이나 왕궁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초라하고 거지나 부랑자 같은 느낌이 강해서, 제 취향과는 좀 안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좀 더 웅장한 중세 기사 스타일의 연출을 기대했거든요.

아쉽게도 이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 역시 그런 면에서 개인적인 취향과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관람 전에 '스토리 캠프'를 통해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미리 듣고 갔는데, 원작에 비해 영화에서 조금 생략된 부분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재밌었고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결국 바다를 통해 귀향하는 스토리다 보니 바다를 묘사한 연출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끝없는 대양을 보여주거나 칠흑 같은 바다 위에서 인물들이 고군분투하는 장면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해지는 웅장한 사운드와 시각적 경험은 정말 좋았습니다.

또 좋았던 부분은 망자와 만나는 씬이었어요. 오디세우스가 망자인 시논과 아가멤논을 만나는 장면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사실 그 장면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연출의 밀도가 아주 높았어요. 어두운 곳에서 유령들이 좀비처럼 일어설 때 느껴지는 공포감이 훌륭하게 다가왔습니다.

반면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영화를 보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폼이 좀 떨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놀란 감독의 정점은 웅장함과 예술성, 대중적 재미를 모두 잡았던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부터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영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최악이었어요.

이번 <오디세이> 역시 원작이라는 탄탄한 기본 스토리가 있으니 상상 속 화면을 어떻게 구현할지 기대했는데, 그저 예상한 수준으로만 나온 것 같습니다. 물론 몇몇 장면은 잘 만들었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관객이 느끼는 재미의 관점에서도 아쉬움이 큽니다. 컴퓨터 그래픽과 AI가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감독이 '실제 외눈박이 모형을 만들었다', '진짜 바다 위에서 촬영했다'라는 사실만으로 작품을 지나치게 고평가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물로서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그것이 본질적인 재미를 주지 못하니까요. 마치 이렇게 고생했다고!! 를 외치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

스토리 면에서도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캐릭터가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맷 데이먼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 그리스 신화판 <레버넌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레버넌트>의 주인공은 동료의 배신으로 고난을 겪지만, 오디세우스는 본인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빌런 짓을 반복합니다. 왜 굳이 외눈박이 거인에게 화살을 쏘는지 이해가 안되고, 실제로 동료가 물어보는데 대답을 못하죠. 곱게 집으로 돌아가면 될 것을, 자기 영민함과 총명함을 뽐내려다 화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제발 그만 좀 해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세이렌 부분에서는 진짜 제발 그만좀해라하는 마음이었어요.

포스터에 나왔던 황금 투구 장식의 아가멤논 캐릭터도 비중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소비되어 아쉬웠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엄청나게 웅장한 전투 씬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런 장면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스포일러입니다.

최근에 개봉한 세 작품을 개인적인 재미 기준으로 비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스파이더맨 (가장 만족스러움)
  2. 오디세이
  3. 호프

물론 세 영화의 성격은 아주 다릅니다. <호프>는 완전한 상상력의 영역이고, <오디세이>는 검증된 고전 원작이 있으며, <스파이더맨>은 마블이라는 탄탄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니까요. 주관적인 재미로는 <스파이더맨>을 추천하지만, <오디세이> 역시 워낙 화제작이라 한 번쯤 볼 만은 합니다. 2시간 55분이라는 거의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