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며.
스티브 잡스는 영원히 잠 들었다. 아이클라우드를 설치하러 갔다는 말도 있고, 하나님이 아이폰5가 필요하셔서 부르셨다는 표현으로 그의 죽음을 애써 외면 하려고 하고 있다. 어찌됐든, 다시는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밤새서 기다릴 일이 없을것 같다. 참으로 아쉽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업적이나 평가에 대해서는 쓰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나도 진부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책, 기사, 블로그 글 심지어 9시 뉴스에서 까지 그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질려 버렸다. 어떻게 보면 10월 25일에 출간하는 공식적인 자서전이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니까.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런 천편일률적인 글이 아닌 내가 본 스티브 잡스, 내가 느낀 스티브 잡스, 나에게 영향을 미친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글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나에겐 단지 ‘오래된’ 컴퓨터 애플
처음 컴퓨터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는 ‘애플’ 이라는 것만 알았다. 실제 애플이라는 기업이 있는지도 스티브잡스라는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나는 윈도우 세대다. 98년도 처음 펜티엄3 윈도우98 컴퓨터를 접했고 그게 전부인줄 알았다. 빌 게이츠가 위대해 보였다.(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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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아이팟.
아이팟을 처음 접한건 대학원때였다. 같은 연구실 선배가 어디에서 아이팟을 사서 가져왔는데 매점에 가서 당시에는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아서 볼링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때는 많은 앱이 있다는 것, 와이파이 통신으로 다운을 받아서 쓰고 그런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 이후 첫 직장에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아이팟을 중고로 샀다. 나는 MP3 플레이어 용도로 샀다. 그러다가 앱 스토어도 써보고 다양한 앱을 써 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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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이것은 신세계
아이팟은 아이폰과 굉장히 흡사하다. 연락처도 있는데 왜 전화는 안될까?, 잘 모르는 지역에 가서 구글맵을 통해서 지도를 볼수 있다면? 등의 생각이 떠올랐다. 나뿐만이 아니였을 것이다. 그때의 아이팟을 썼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아이폰을 상상했을 것이다. 아이폰3GS를 2010년 1월에 양재동에 가서 샀다. 빨리 개통하고 싶어서 노트북을 들고 가서 아이튠즈를 연결 시켜서 아이폰을 활성화 시켰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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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맥.
아이폰을 만나고 처음으로 앱을 개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직장에서의 업무 역시 지긋지긋해 지고 딱히 업무로드가 많지 않아서 공부하면서 돈도 벌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처음 샀던 맥은 ‘맥미니’ 였다. 맥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것 같고 맥북은 너무 고가라서 맥미니를 샀는데 생각보다 성능이 좋지도 않았고 키보드에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맥미니를 처분하고 ‘맥북프로’르르 개발용으로 구매했다.
늘 그렇듯 새로운 환경은 어렵다. 그러나 조금 지나니 익숙해 졌고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는것은 새로운 도전이자 나의 프로그래머로서의 틀을 깨는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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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개발 그리고 얻은것.
몇개의 앱을 개발했다. 성공적인 것도 있었다. 그러나 처음 기대했던 수익에 대한 부분은 잘 이루어 지지 않았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앱에 자신이 없어서 유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 앱 개발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스터디도 하면서 점차 실력이 늘어갔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나의 열정은 퇴근후에 더 발휘되었다. 몇몇 면접을 보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가 개발한 앱을 넣을수 있어서 포트폴리오가 풍성해 졌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참여한 프로젝트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앱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더 돋보이게 되었다.
실제로 몇 차례의 면접에서 면접관이 물어 본 것들은 앱을 개발하면서 처리했던 기술들에 대해서 왜 그 기술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의 기술적인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고, 결국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역시 앱을 개발한 열정과 노력으로 합격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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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와 나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관심이 없었다. 그냥 애플의 창업자이자 아이폰을 만든 사람 그 정도?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폰을 쓰면 쓸수록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만들수 있을까 하는 iOS의 여러가지 부분에서 스티브 잡스의 열정과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그렇듯 복잡한 연산을 빨리 처리하고 파일이나 자료구조를 최적화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용하는 UI가 정말 이쁘고 제대로 움직이냐는 것이다. UI가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인다는 것은 그 만큼 내부 데이터구조가 최적화 되어 있고 연산속도 역시 빠르게 이루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CPU가 빠르거나, OLED를 장착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쓰고자 하는 태도가 생겼던 것 같다. 그것은 내가 나의 앱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노력을 기울이는것과 같다. 앱이 곧 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더 세세한 부분에 신경 쓸 수 밖에 없고, 코드역시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는 여러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훗날에 내가 80세가 되었을때 또 어떤 사람의 거의 모든 IT 의 역사와 비슷한 류의 책을 쓴다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꼭 들어갈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런 거창한 것을 떠나서, 그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경험적인 부분에서는 아이폰과 맥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줬고, 현실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직장을 얻게 해 주었고, 개인적으로는 프로그래밍을 더 재밌게 해준것 같다.
그가 있었다는 사실은 내 나이 40, 50이 되서 잊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두 그가 꿈꾸었던 여러가지 형태의 단순하고, 쓰기 편하고, 직관적인 제품이 계속 나온다면 문득 문득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