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회고
올해도 어김없이 회고를 쓴다. 사실 회고를 쓰는 이 12/17일에 여러가지 부분에서 회복이 많이 되진 않았고, 지침과 힘듦이 조금 남아 있다.
목표
- 올해 들어서 3가지 목표가 있었고, 하나는 특정 인원에 대한 성장을 돕는 것, 다른 하나는 기술에 대한 부분 그리고 나머지는 엔지니어/개발 문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앞에 2개는 했지만 마지막 문화에 대한 부분은 아쉽게도 잘 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한다고 했지만 특정 팀에 국한된 것 같기도 하고 원하는 모습까지는 안되는것 같다. 돌이켜보면 조금 조급했던 것 같기도 하고, 새로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라포형성부터 했어야 하는게 아니였나 싶다.
커리어
- CTO가 무슨 커리어가 있겠냐고 싶겠지만, 10월까지 실무에서 개발을 했었다. 똑같이 프로덕트 개발을 하고 버그를 수정을 하고 배포를 하고. 10월이 넘어가면서 공식적으로 맡는 조직이 엔지니어링과 플랫폼 조직으로 국한되게 되었고, 지금은 좀더 팀빌딩/기술매니징에 포커스를 맞춰서 일을 하고 있다.
- 언제나 코딩을 하고 싶지만, 회사에서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사람이 없으면 직접 들어가서 결국 메꾸겠지만 그 전까지는매니징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직 이 부분은 조금은 부족한 것 같다.
- 확실한 나의 강점은 타인의 업무에 대해서 조금 빠르게 파악이 한다는게 나의 강점인것 같고(divide and conquer 전략을 쓰면 쉽다.), 그걸 어떻게 하면 현재 리소스로 빠르게 일이 되게 할 것인가를 찾는게 재밌다.
- 물론 단점은 굉장히 명확한데 노션이나 지라툴에 이쁘게 정리하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이건 진짜 소규모로 일할때는 괜찮은데 대규모로 일할때는 가시성을 다른 분들에게 못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자리에서는 잘 애기하지 않는데 계속 계획을 달라는것을 보면 가시성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은 더 보완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 결제에 대한 부분을 다른 팀으로 분리했고, 백엔드 개발자 2명에게 여러가지 미션을 주면서 결제 도메인과 운영 관련 부분을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아쉽지도, 후련하지도 않다. ㅎㅎ
성장
-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했지만 돌이켜보면 회사라는 마부가, 나라는 말을 이끌어 올리는 식으로 성장해온것 같다. 마치 끌려다니는 느낌이었다.
- 급격하게 사람들을 뽑으면서 그에 대한 앞으로의 스텝과 발생할 문제점들에 대한 걱정은 했었지만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프로세스는 많이 부족했고, 이제까지 있었던 프로세스에 대해서 노션 어딘가에 명문화가 되어있긴 했지만 그걸 알려줄 사람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사실상 옆에 앉은 동료들이 알려줄거라고 했지만 그 조차도 그렇게 잘 되었던 건 아닌것 같다.
-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프로세스가 있어야 했고, 그걸 계속 알려줄 장치나 사람이 있어야 했다.
-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내가 모든 기술을 알 수는 없게 되었고 그렇지만 어쨌든 어떤 기술이 되었던 그걸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해야하고, 그 해결의 수준을 맞추는 것을 계속 구성원들에게 강조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10가지의 방법이 있다면 각자가 생각한 방법이 다른데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맞추는 걸 계속 강조했다. 아직 이 부분은 조금 정성적인 부분인 것 같다. 엔지이너가 보통 급할수록 쉬운 선택을 하게 되는데 전 직장에서도 많이 강조 했던 순리(順理)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조금 더 올바른 선택,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민하게 되는것 같다. 물론 그런 방법들은 현업 엔지니어에게 환영받진 못한다.
- 올해의 목표를 어느정도 달성하게 되면서 그리고 조직적으로 빠진 부분을 갖추면서 외부의 전/현직 CTO 분들에게 여러가지 조언들을 구하러 돌아다녔다. 나는 항상 빠르게 성장하는발생하는 문제들은 그 어떤 해답도 조직안에서 절대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다음 stage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 많고 경험 했더라도 CTO 역할을 했던 분은 드물기 때문이다. 다른 몇명의 CTO 분들을 만나서 여러 고민들을 애기하면 관련해서 본인들의 경험, 잘했던, 잘하지 못했던 간의 경험들을 굉장히 솔직히 애기해주신다. 그런 모든 것들이 우리조직과 맞는 경우도 있고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다 도움은 되었다. 그리고 공통적인 답변들은 감사하게도 이미 잘하고 있고, 회사와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채용
- 방식이 많이 1월과 지금은 달라진것 같다. 1월은 진짜 사람이 없어서 신입도 뽑고, 경력자도 뽑자는 식이어서 빠르게 사람을 뽑을수 있는 전략들을 고민했다. 시간 관점에서 뽑는다보다는 자리에 앉힌다는 전략을 가져갔는데 결국 지금 뽑아도 최소 한달후에 오고 수습/온보딩 지나면 3개월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을 고려했다.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하고 인스타 광고를 해서 단 기간에 많은 지원을 받아서 고생스럽더라도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 물론 이 여파는 그 다음 온보딩 단계에서 준비가 당연히 되어 있지 않아서 고생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온보딩 프로세스가 생기긴 했고, 지금도 계속 고쳐나가고 있지만, 약간 거친 온보딩도 고유한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더 다듬어야겠지만.
- 개별 챕터에서의 온보딩 프로세스는 얕은 수준인것 같고 내년에는 우리 회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일하는 방법이라는 엔지니어 관점에서의 온보딩을 직접 하려고한다.
- PyconKR 2023에 후원사로 참가를 했었다. 부스를 차리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시간들은 재밌었지만 파이썬 개발자를 1명도 채용하진 못했다. 많은 분들이 부스를 찾아주시고, 채용 상담을 이어갔지만 파이썬과 관련이 없는 경우들이 많았고 진로상담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내년에 다시 후원사로 참가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발표자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서고 싶다.
- 내가 링크드인이나 트위터에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지금의 회사 사이즈에서 유의미한지 모르겠다. RT는 많이 되지만 실제 지원이 많은지 그리고 일반 채용 사이트에 올라가는 것 보다 더 나은 지원자들이 지원하는지도 모르겠다.
- 테크 리쿠르터에 의한 다이렉트 채용과 자체 채용 사이트/광고를 이용하는 방식을 내년에는 고민해봐야겠다.
재미
- 올해 뭐가 재밌었을까?
회사 안에서 혹은 일적으로 보면 EKS이전 하는 부분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배포 시스템과 그 시스템과 관련 지식에 적응해나가는 엔지니어를 보는게 재밌었던것 같다. 조직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은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다고 보는게 나의 시각인데, 그렇기 때문에 환경이 변해서 사람들은 성장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환경을 자주는 아니지만 필요 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KS고 이전하는 과정에서의 여러가지 배움들이 그런 지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주니어 3명과 함께 보안성 강화 관련 작업을 1달 정도 진행했는데 꽤 많은 API를 옮겨야 하고 암호화 작업을 진행했는데 걱정 했던 것 보다 잘해 주었고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프로젝트로 기억이 남는다.
젤다 : 왕국의 눈물(Tears of Kingdom) 이 출시 되었고, 당연히 플레이를 했다.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플레이를 했고 내가 깨기전에 아들이 먼저 깼다. 나는 조금 게임을 길게 하는 편이다. 일상적으로 계속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게임도 그렇게 하는 편이다. 근데 아들이 먼저 깨고 그걸 보는 데 너무 행복했다.
노로모임 : 예전회사 분들이랑 가끔 술을 먹는데, 단체로 예전에 노로바이러스에 걸려서 아내가 노로모임이라고 부른다. 올해 그래도 분기별로 만났던 것 같고 개발/프로덕트/스타트업 애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운것 같다. 회사에서 이런 애기를 하면 아무래도 일을 시키는, 일 애기를 하는 분위기 형성 되어서 애기하기가 힘든데 이 모임에서는 그런게 없어서 재밌다. 누군가와 오프라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관련 업계 이야기를 할 수 있는건 모든 개발자에게 필요한 힐링 같은게 아닌가 싶다.
캠핑 : 올해 처음 캠핑을 10월에 가봤다. 강원도 횡성에 도모횡성이라는 곳이었는데 굉장히 소규모인것 같았고 깨끗했다. 첫 캠핑인데 텐트를 치다가 비가와서 우중캠핑이 되었다. 밤에는 추웠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한번 더 가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장염이 걸려서 취소했다. 장비는 다 샀기 때문에 다음에 가기만 하면된다.
건강
- 40대가 되면서 건강을 더 신경써야겠다는 말은 너무 당연하지만 늘 그렇듯 당연한건 덜 챙겨진다.
- 거의 퇴근하자마자 잠을 자는 식으로 하반기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고 삶에 대한 만족도 자체가 많이 낮아진것 같다.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새벽에 배포를 해야하는 경우들도 많아져서 더 몸이 축나게 되었던 것 같다.
- 11월말~12월초에 안좋은 일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통풍발작이 터졌고 류마티스 내과를 찾아서 시술을 받았다. 술도 원인이 있겠지만 스트레스와 쉴수 없는 환경이 큰 것 같았다.
- 몸과 마음을 이기적으로라도 챙겨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최대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식으로 생활하려고 하고 회사분들에게도 술을 이제 안먹겠다고 말하고 다니고 있다. 일정 시간 이후에는 슬랙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일은 스트리밍 서비스과 같아서 보면 볼수록 계속 생긴다. 점심도 가급적 요즘은 혼자 먹는다. 여러사람들과 같이 먹고 애기를 하면 좋지만 일 애기만 하게 되는것 같고 나 스스로도 혼자 있고 싶은 시간들이 많이 생겼다.
컨퍼런스/세미나
- PyconKR 2023 파이콘 후기
- 레블업 세미나 : 사실 AI 자체에 그렇게 관심이 있진 않았는데 레블업이라는 회사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파이썬을 좋아하시는 CEO, CTO분이 창업하신 회사였고 그 안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업들을 펼치시는지가 궁금했다. 물론 많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재밌게 봤던것 같다.
- CTO 모임 : 투자사에서 주최하는 CTO 모임에 갔었는데 나도 극 I 성향이라 소규모로 몇분들만 애기했었는데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여러고민, 채용이나 기술 선택에 대한 부분을 물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자주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데 대부분의 I성향분들이라 잘 될까 싶기도하다.
- AWS 사용자 모임을 몇번 나갔지만 아직 적응하기는 어려운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 platform engineering 모임에 나갔고 1월 모임도 신청한 상태인데 엔지니어링/플랫폼 조직으로 담당이 변경되어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가게 되는것 같다.
- 아쉽게 가지 못했던 우아콘이나 인프콘은... 모르겠다. 솔직히 내년에도 잘 안될 것 같다. 노력으로 되는 부분은 아니니까. 우스갯소리로 입사하는게 더 빠를것 같다. ㅎㅎ
기타
6월에 첫째 태권도 국기원 심사에 갔었다. 일하느라 크게 신경쓰지 못했는데 어려워해서 밤 9시까지 보충수업을 할 정도로 쉽지 않았다고 아내에게 들었다. 역삼동에 있는 국기원에 처음 가봤고, 태권도를 하는 사람이 진짜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거의 내 아이의 첫 시험같은 느낌이었고, 조마조마했는데, 준비 동작에서 기합이 들어가는 부분에서 약간 뿌듯했다. 뭔가 진지한느낌. 그리고 준비했던 것들을 잘 해내는 모습이 기특했다.
1학년 가을 운동회에 갔었다. 큰 기대를 품고 갔지만 약간 달라진 형태에 놀라기도 했지만 아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까 기특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그래도 잘 지내는것 같아서 걱정을 조금 덜었다.
올해도 포도농사를 지었지만 컨퍼런스 시즌과 맞물리면서 크게 신경을 못썼다. 탄저균에 걸리면서 포도농사가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500봉지 이상 되니 버리는게 많아져도 살아남은것도 꽤 많아졌다. 적절하게 5~6월에 쳐냈어야 더 실한 포도들을 만들수 있을것 같은데 여전히 그 부분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것 같다.
사내에서 도메인 워크샵을 백엔드 분들의 주도로 진행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주도하지 않았다는점 그리고 같이 같은 눈높이에서 우리 서비스가 뭐가 있고 서로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비용을 가지고 한해동안 싸웠던 것 같다. datadog 비용은 너무 많이 나왔고 결국 loki로 옮기는 결정을 했다. 이전까지의 업무에서 비용관리는 크지 않았는데, 스타트업에 겨울이 오고 트래픽이 많이 늘면서 비용관리가 나의 주 업무중 하나가 되었다. 올해 한가지 배운점은 당장의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결정들은 이후에 더 큰 댓가를 치뤄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더 고민을 해야했다.
기억에 남는 장소
- 북한산 스타벅스를 다녀왔다. 북한산이 멋지게 보이는 곳이었고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가보길 추천한다.
- 경기도 여주 신륵사 근처에 여주박물관이 있는데, 그안에 물을 채워놓은 공간이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 가평에서 강원도 넘어가는 길에 월송유로베이커리앤로스터리라는 곳이 있는데, 북한강변에 있는 까페인데, 직접 로스터리도 운영하고, 빵도 팔고 야외 공간도 있어서 가족단위로 가기도 좋다. 야외wifi mesh가 있는 까페였다.
에버랜드안에 스노우피크 캠프필드라는 곳이 생겼는데 캠핑장비도 볼 수 있고, 야외에서 커피 한잔할 수도 있고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았던 것 같다. 한번은 식사까지 해봤는데 브런치 스타일의 음식을 판다.
서울식물원이라는 강서쪽에 있는 식물원인데 추천한다. 이유는 이색식물을 볼 수 있고, 약간 외국 식물원에 와있는 느낌도 들고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해서 추천한다.
올 한해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모르겠다.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중간중간에 들었고. 12월말에 올해를 회고 했을때 나 개인을 좀 더 챙겼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나머지 시간들은 좀 더 나를 돌아보고 개인만의 시간들을 가지려고 한다.
안녕.
이전 회고보러가기 👇